제주살이 아홉 번째 날.
어느덧 이곳의 공기와 바람, 나무의 색까지도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매일이 새롭고, 매 순간이 아이와 나에게 소중한 선물처럼 느껴진다.
오늘은 조금은 느긋하게, 아이와 함께 제주 일상을 오롯이 들여다보는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 늦은 아침, 햇살 가득한 베란다에서 시작한 하루
요즘 아침 기상 시간은 7시 전후.
그런데 오늘은 어젯밤 아이가 조금 뒤척였는지 평소보다 늦게 눈을 떴다.
느긋하게 일어나 창문을 여니, 제주 햇살이 베란다 가득 들어왔다.
바람은 시원했고, 먼 산 너머에서 아침이 막 피어난 듯한 풍경이 펼쳐졌다.


3살 아이의 하루는 먹는 것과 노는 것으로 가득하지만, 그 하루를 시작하는 리듬이 부드러우면 아이도, 나도 평온하다.
오늘 아침은 감귤 주스와 직접 구운 토스트, 아이가 좋아하는 삶은 달걀로 간단하게 차렸다.
☕ 엄마의 짧은 여유, 아기의 낮잠 시간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니 아이는 졸음이 몰려왔는지 금세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이럴 때 엄마에게 주어진 1~2시간은 보석 같은 시간이다.
나는 아이스 커피를 내려 베란다 의자에 앉아 책 한 장을 넘겼다.
제주에서의 이런 고요한 시간이 이렇게 귀할 줄이야.
서울에서는 느끼기 어려웠던 마음의 여백을 이곳에서 채워가는 중이다.
아이를 보며 마음이 조급했던 시간도 많았지만, 요즘은 그 아이와 나 자신을 함께 바라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오늘도 "나는 지금 잘하고 있어"라고 마음속으로 되뇌어본다.
엄마가 평온해야 아이도 평온하다는 말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 집 앞 텃밭에서 시작한 아침
늦은 아침 햇살이 창을 통해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어제 내린 봄비 덕분인지 공기가 맑고 흙냄새가 더 진하게 느껴졌다.
아이와 손을 잡고 마당으로 나가자, 돌담 아래 가지런히 심어진 상추와 채소들이 반짝이며 인사를 건넨다.


텃밭은 누군가의 손길이 오롯이 깃든 작은 자연이다.
이미 잘 자란 상추는 연두빛으로 탐스럽게 자라 있었고, 어린 시금치도 뿌리째 반가운 기운을 전한다.
아이는 신이나서 마당을 뛰어다닌다.
함께 상추 몇 장을 조심스럽게 따고, 당근도 몇 개 캐서 부엌으로 향했다.
푸르름을 담은 그 채소들을 손에 들고 들어오니 마음이 절로 풍요로워졌다.
🥗 수확한 채소로 만드는 건강한 저녁
텃밭에서 수확한 채소들은 바로 싱크대로 직행했다.
상추, 미나리, 어린잎채소, 그리고 당근.
깨끗이 씻어 준비해두니 채소 그대로의 색감만으로도 눈이 시원하다.
별다른 조리 없이도 충분히 근사한 한 끼가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저녁엔 간단하게 샐러드를 만들었다.
당근은 얇게 썰고, 딸기 몇 개를 슬라이스해 넣었다.
상큼한 요거트 드레싱을 살짝 곁들이자 봄 향기가 가득한 샐러드 완성.
평범한 식탁이 자연의 손길이 닿은 한 접시 덕분에 특별해지는 순간이었다.

🐚 해 질 녘 바닷가, 하루의 마무리
오후 늦게는 바닷가로 나갔다.
오늘은 바람이 조금 거세었지만, 파도 소리는 여전히 잔잔했다.
아이는 조개껍질을 하나씩 줍고, 파도에 발을 적시며 웃음을 터뜨렸다.
바다는 늘 같지만, 그 속에서 매일 새로운 풍경을 보여준다.

아이와 손을 잡고 해안가를 걷다 문득문득 생각했다.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얼마나 빨리 지나갈지를.
아이는 어느새 조금씩 자라고 있고, 나는 그 곁을 지키고 있다.
카메라에 담은 건 몇 컷 안 되지만,
마음에 담긴 오늘의 기억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 오늘도 고마웠던 하루
잠들기 전,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속으로 되뇌었다.
오늘도 고마운 하루였다고.
제주살이 아홉 번째 날, 특별할 것 없는 하루지만 그래서 더 특별한 날.
아이의 미소와 햇살,
그리고 바람이 나를 감싸던 오늘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이 조용하고 정직한 시간 속에서, 나는 아이와 나의 하루를 천천히, 그리고 깊게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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