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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여행

조산했지만 괜찮아요, 아이는 건강하게 자라고 있어요

by 뀌욤이 2025.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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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주 6일, 1.16kg으로 태어난 우리 아이.
조산이라는 큰 위기를 지나, 지금은 웃으며 자라고 있는 일상의 기록을 전합니다.
같은 시간을 지나고 있는 부모님들께 작은 희망이 닿기를 바랍니다.

 

예상보다 70일 빠르게 만난 우리 아이

출산 예정일보다 무려 70일이나 빠르게, 아이가 세상에 태어났다.
임신 27주 무렵부터 입원한 나는, 하혈과 복통으로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10일간의 관찰 끝에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의료진의 설명과 함께 급히 출산 준비에 들어갔다.

28주 6일, 1.16kg.
그 작은 숫자가 내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아이를 품에 안아보지도 못한 채, 인큐베이터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그 순간, 엄마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눈물조차 아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내가 무너지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NICU 병동의 유리창 너머, 온몸에 센서를 달고 조용히 누워 있는 아이.
그저 살아 있다는 것 하나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하루하루가 기적이던 NICU의 시간

인큐베이터 안에서의 아이는 마치 유리꽃처럼 보였다.
작고 여린 몸, 매일의 체온과 산소 수치, 맥박을 점검받으며 하루하루를 견뎌야 했다.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은 쉽지 않았다.
무력했고, 막막했고, 때로는 자신이 부족한 것 같아 죄책감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의료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선생님들은 “오늘도 잘 견뎠어요”, “지금 상태 좋습니다”라는 말을 건네주셨고,
그 한마디가 매번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매주 한 번, NICU 면회
사진으로만 볼 수 있었고, 1달 뒤 드뎌 들어가서 볼 수 있을 때는 눈물이 왈칵 났다.
그 순간을 위해 일주일을 버틸 수 있었다.
엄마는 매일 모유를 유축해 아이에게 보내는 일로 마음을 전했다.

어느 날, 아이가 미약하게 손가락을 움직이는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 작은 손짓은 ‘나는 살아가고 있어요’라는 신호 같았다.

퇴원 후의 육아, 시작된 또 다른 여정

NICU에서 무사히 퇴원한 아이는 집으로 돌아왔지만, 육아는 결코 일반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조리원 없이 시작된 하루는 생체리듬이 완전히 맞지 않았고,
수유량, 잠자는 시간, 감기 하나에도 예민해져야 했다.

태어난 순간부터 모든 장기가 미성숙했던 조산아이기에
작은 발열도 혹시 폐렴이 아닐까 걱정하며 병원으로 달려가곤 했다.

발달은 분명 또래보다 느렸다.
뒤집기도, 배밀이도, 옹알이도 느릿했고,
의사 선생님은 “지금 개입해도 늦지 않아요”라고 말해주셨다.

그래서 발달센터도 다니고, 언어치료도 병행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모든 시간들이 결코 빠르지도 늦지도 않았다.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만큼의 시간이었고, 필요한 만큼의 돌봄이었을 뿐이다

지금, 아이는 웃고 있다

지금 아이는 잘 자라고 있다.
크고 뚜렷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내 손을 꼭 잡고 환하게 웃는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일상이겠지만,
나에겐 모든 순간이 감사함 그 자체다.

말은 아직 하지 않지만,
몸짓과 눈빛으로 엄마에게 신호를 보내고,
장난감을 들고 스스로 놀이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잘 자라고 있구나’라는 마음이 밀려온다.

조산아라고 해서 모두 힘들기만 한 건 아니다.
물론 걱정도 많고, 예민하게 신경 쓸 일이 많지만
그만큼 아이가 웃을 때 더 크게 감동하게 된다.

조산은 끝이 아니라,
조금 다른 시작일 뿐이라는 걸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같은 시간을 지나고 있는 부모님들께

혹시 지금,
인큐베이터 속 아이를 바라보며 눈물을 참고 있는 엄마가 있다면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괜찮습니다.
우리 아이는 생각보다 훨씬 강하고,
엄마인 당신은 이미 너무나 잘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된다.
그 작은 아이가 보내는 미소, 손짓, 숨소리 하나하나가
얼마나 크고 단단한 사랑의 증거였는지를.

나도 여전히 조심스럽게 아이를 키워가고 있고,
앞으로도 긴 여정을 함께 걸어갈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조산했지만 괜찮다.
우리 아이는 건강하게, 아주 잘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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