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산아로 태어난 아이를 키우며 마주한 발달 고민과 발달센터 진료 경험,
그리고 실제 도움이 되었던 것들을 정리해봅니다.
같은 고민을 하는 부모님들께 작게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1. 조산아의 ‘괜찮겠지’는 오래가지 않았다
NICU에서 무사히 퇴원한 아이를 안고 집에 돌아왔을 때, 나는 안도감에 빠졌다.
“이제 다 끝났다”, “이젠 잘 자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생후 4개월이 지나도 목을 가누지 않았고, 8개월이 넘었는데도 뒤집기를 하지 못했다.
또래 아이들이 하는 동작 하나하나가 우리 아이에겐 쉽지 않아 보였다.
지인들이 “조산아는 원래 느려요”, “태어난 시기를 기준으로 계산해야죠”라고 말해줬지만,
그 ‘느림’이 어디까지 괜찮은 범위인지, 어떤 부분에서 전문의의 도움이 필요한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아산병원에서도 나중에 사설, 민간 발달센터에 가보라고 권하였다.
발달센터를 알아봐야했다.
2. 첫 방문, ‘기준보다 늦어요’라는 말이 주는 충격
의사 선생님과 물리치료사, 언어치료사, 작업치료사 선생님이 차례로 아이의 상태를 살폈다.
검사 후 돌아온 소견은
“전체적으로 근긴장이 낮고, 대운동과 소근육 모두 지연 경향이 있습니다.”
“언어 반응도 평균보다 낮습니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정말로 우리 아이가 문제가 있는 걸까?’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그동안 나름 잘 키웠다고 생각했던 시간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의료진은
지금 개입하면 충분히 좋아질 수 있습니다라는 말을 덧붙여주었다.
그 말이 유일한 위안이자, 다시 용기를 내는 계기가 되었다.
3. 꾸준한 개입, 아이는 조금씩 반응을 보였다
센터에서는 주 1~2회씩 물리치료와 감각통합 치료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이가 낯선 환경을 힘들어했고,
치료 도중 울음을 터뜨리는 날도 많았다.
하지만 몇 주가 지나면서 아이의 시선이 달라졌고,
엎드린 채 팔을 뻗거나, 소리에 반응하며 고개를 돌리는 횟수가 늘어났다.
전문가의 손길은 생각보다 훨씬 섬세했고,
부모로서 놓치기 쉬운 부분을 세심하게 짚어주었다.
무엇보다 큰 도움이 되었던 건,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연습법을 알려주었다는 점이었다.
- 일상 속에서 엎드리기 유도하는 법
- 장난감을 활용한 양손 협응 연습
- 눈 맞춤과 리액션을 이끌어내는 방법 등
치료는 단지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도 반복되는 놀이를 통해 이어져야 한다는 걸 배우게 되었다.
4. 발달지연은 아이의 잘못이 아니다, 비교는 금물
주변의 또래 아이들은 어느새 걷고, 말하고, 간단한 놀이도 스스로 한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비교하지 않으려 해도, 마음은 어쩔 수 없이 흔들렸다.
하지만 나는 다시 마음을 붙잡는다.
이 아이는 세상에 태어나기 위해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더 많은 관문을 넘어왔다.
그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지금의 한 걸음도 그 누구보다 값지고 위대한 걸음이라는 것을 믿는다.
치료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발달이 느리다고 해서 불행한 아이가 되는 건 아닙니다.
부모가 끝까지 믿고 기다려주는 것이 아이에게는 가장 큰 힘이에요.”
이 말은 지금도 내 마음에 중심을 잡아주는 문장이 되었다.
5. 도움되었던 기관과 정보 정리
혹시 같은 고민을 가진 부모님이 있다면,
아래의 정보들이 작게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 보건소 발달지연 선별검사:
생후 6개월~36개월까지 무료 발달평가 가능.
이상 소견 시 전문 센터 연계. - 소아재활치료 전문 병원:
대학병원 소아재활클리닉 또는 소아정신과 내 발달클리닉 상담 추천. - 언어·감각통합 치료 센터:
지역별 소규모 치료기관도 많고,
예약이 밀리기 전 빠르게 문의하는 것이 좋음. - 장애등록 여부와 무관하게 치료 가능
꼭 ‘진단’이 있어야 가능한 것은 아니며, 조기개입 목적이라면 비용 지원 혜택도 있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엄마가 혼자 고민하지 않는 것이다.
전문가와 함께 문제를 나누고, 아이를 이해하는 순간
육아는 조금 덜 막막하고, 더 따뜻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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