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당일과 첫 만남의 감정을 담은 감성 중심 이야기입니다.
임신 28주 6일, 예상보다 70일 이르게 태어난 우리 아이와 인큐베이터에서 보낸 기적 같은 시간.
지금은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아이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1. 조용했던 일상 속, 갑자기 입원하게 되다

임신 중기쯤, 정확히는 27주쯤 되었을 때였다.
정기검진에서 초음파를 본 선생님이 “입원을 하고 관찰하는 게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무렵 하혈도 가끔 있었고, 배가 묘하게 뭉치는 느낌도 있었다.
그래도 ‘설마 지금 태어나겠어’ 하는 마음으로 병원에 짐을 꾸렸다.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해 각종 검사를 받으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안정만 취하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입원 10일째 되던 날 갑자기 상황이 바뀌었다.
아이에게 산소가 잘 공급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이 내려졌고, 의료진은 급히 “오늘 출산 준비를 하자”고 했다.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출산이라는 단어는 아직 한참 뒤의 일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앞에 다가왔다.
그날, 나는 28주 6일의 기록으로 아이를 세상에 품어야 했다.

2. 1.16kg의 작은 몸, NICU에서 시작된 삶
아이를 처음 본 건 수술 직후가 아니었다.
인큐베이터 속 작은 몸으로 먼저 NICU로 이동한 아이는 의식도 없고, 여러 기계에 의지해 있었다.
간호사 선생님이 “그래도 몸무게가 1.16kg이 나와서 정말 다행이에요. 1000g 미만이면 훨씬 더 조심해야 하거든요”라고 했다.
그 말이 그날의 유일한 위안이었다.
눈도 못 뜬 채 조용히 누워 있는 아이를 보며, “숨만 잘 쉬어다오”라는 말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조산아에게는 심장, 폐, 장, 뇌까지 모든 것이 미완성이기 때문에 늘 복병처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들었다.
다행히 나는 폐 성장을 위한 스테로이드 주사를 미리 맞았고, 선생님들은 아이의 상태에 맞게 매 순간 빠르게 대응해주셨다.
서울아산병원의 NICU는 정말 믿음직스러웠다.
각 분야의 전문의들이 돌아가며 체크해주시고, 미세한 변화도 바로바로 대응해주었다.
지금도 그때 아이를 받아주셨던 선생님과 NICU 의료진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3. 조리원 없이 시작된 육아, 주 1회 NICU 방문과 모유 전달
출산 후 나는 일반 산모처럼 조리원을 가지 못했다.
조산은 정해진 육아의 길을 비켜간다는 걸 실감했다.
아이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회복 중이고,
나는 그저 매주 한 번 NICU를 찾아 모유를 전달하고, 아이를 잠시 들여다보는 시간만 가질 수 있었다.
모유는 얼려서 전달해야 했고, 병원 내 감염 관리 때문에 접촉 시간도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그 시간은 내게 살아 있다는 실감, 아이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정을 주는 유일한 통로였다.
유리 너머 아이를 보는 순간, 눈물이 났다.
만질 수 없어도, 숨 쉬는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그 시기에는 주변 사람들과 비교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친구들이 신생아실에서 아이와 함께 보내는 사진을 공유해도, 부러움 대신
“우리 아이도 언젠가 그렇게 될 거야”라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고 외로웠지만,
작은 생명이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버틸 수 있었다.
모유라도 먹이면 좋고, 면역력에도 좋다하여 열심히 병원에 얼려서 보냈다.
문제는...얼리면 병원까지 1시간이라
녹으면 상한다고 검사 후 버리기가 일쑤.
너무 속상했다.
하나하나 적당한 아이가 먹을양을 뽑아,
마더케이 내동가능 멸균 팩에 담아
이름이 있는 스티커와 날짜/시간을 적어 보관하고
얼린 후
병원과의 약속을 한 날, 시간에 전달한다.


4. 지금은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아이,
그리고 나의 감사
아이가 돌이 지나고는 제법 또렷한 표정으로 웃어주는 아이가 되었다.
걷고, 뛰고~ 2돌이 지나서는 말도 제법 잘 따른다.
발달센터도 다녔고, 언어 센터에서 상담도 받았지만
다행히 큰 문제 없이 잘 자라고 있다.
만 4세가 된 우리 아이는 다른 친구들과 잘 어울릴만큼 컸고,
나와 농담도 나누는 아이가 되었다.
가끔 아이가 자는 모습을 보면 “그때 정말 기적처럼 살아줘서 고맙다”는 마음이 밀려온다.
조산은 분명 두렵고 낯설고 고된 경험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배우게 된 것도 많았다.
아이를 믿는 마음, 의료진에 대한 감사,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 이 순간을 살아주는 우리 아이의 존재 그 자체가 가장 큰 축복이라는 걸.
고마워, 사랑해, 우리 아들 ♥
'육아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조산했지만 괜찮아요, 아이는 건강하게 자라고 있어요 (0) | 2025.06.24 |
|---|---|
| 조산 이후 우리가 받은 도움들 – 발달센터, 언어치료센터 정보 공유 (3) | 2025.06.22 |
| 비자림, 봄날의 숲 속 드라이브 그리고 놀놀카페 (1) | 2025.06.13 |
| 🛫 제주항공우주박물관, 3살 아들과 제주살이 (1) | 2025.06.12 |
| 🌿 44일간의 3살 아들 제주살이 -위미리 (1) | 2025.06.07 |